• Mindy's Nursing Diary
  • 정말 연말이네요.

  •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이제 New Year Day만 남았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다음 주 아마도 더 큰 surge가 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매일 뉴스를 빠짐없이 챙겨 보고 있는데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항 모습이 나오고 그곳을 통과해서 나오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나는 가족들하고만 보낼 거예요. family time은 중요하니까요. 아무 데도 돌아다니지 않고 가족들만 만나고 다시 돌아갈 겁니다."

     

    이 인간아. 네가 비행기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오는 동안 노출되는 건 생각 않는 거니.

     

    네가 바라는 그 가족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하는 거니.

     

     

    이 와중에 크리스마스라고 또 어딜 가줘야 하는 사람들은 하와이고, 플로리다고 열심히 다닙니다.

     

    며칠 전 한국 뉴스, 미국 뉴스에서 떠들었던 사건.

     

    LA 어느 한 가족이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 놀러 갔다가 다시 LA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던 중, 비행기 출발하고 한 시간 뒤 그 집 가장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비행기 내에서 호흡 중지인지 심정지가 왔는지 arrest 떠서 CPR 하다 결국 사망한 일이 있었어요.

     

    다행히 비행기 내에 EMT(911대원) 가 있었나 본데 그 사람이 CPR하던 중에 와이프가 그러더랍니다.

     

    코비드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고요.

     

    양성인 거 알면서도 이 가족은 다 같이 디즈니 월드를 쏘다니고 비행기를 타고 다닌 거죠.

     

     

    한 샌프란시스코 커플은 두 사람 다 양성임에도 불구하고 할러데이 때 하와이 가겠다고 몰래 비행기 타려고 시도했다 공항에서 바로 체포되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한둘일까요.

     

    절대 아닐 겁니다.

     

     

    분명 증상 있는 사람들은 타이레놀 먹어대며 비행기 타고 다닐 거고, 검사를 받지 않아 스스로가 무증상자인 지도 모른 채 "나는 괜찮아. 조심하고 있거든."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이 내 옆자리에 앉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한국 뉴스도 보니 스키 리조트장이 난리더군요.

     

    마스크만 쓰고, 야외에 있으면 100% 안전하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백신만 맞으면 마스크 벗어던지고 나가 돌아다닐 거라고 떠드는 사람까지 나왔습니다.

     

    백신 맞으면 코로나 안 걸린다는 그 믿음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어요.

     

     

    데이 근무로 돌아선 지 두 달째가 되어갑니다.

     

    요새는 코비드 환자를 보기를 바랄 때가 많습니다.

     

     

    일단 환자들 모두가 vented, sedated and paralyzed 되어있고, 모든 드립들이 방 밖으로 나와있어서 다른 non COVID19 환자보다 좀 더 stable 합니다.

     

    이제는 2/3 이상이 COVID19 환자들이에요.

     

    어제는 준 중환자실이 모두 COVID19 환자들로 차버려서 준 중환자실 갈 환자들이 갈 곳이 없어 PACU로 내려갑니다.

     

    중환자실도 자리가 없어 그나마 stable 한 환자들을 PACU로 보내곤 했는데, 이 PACU 널스들이 아무리 오래전 중환자실 경력이 있던 간호사라고 해도 이미 떠난 지 몇 년 된 사람들이다 보니 중환자간호를 힘들어하고 버거워하고 있어요.

     

     

    저는 여전히 Open heart Surgery 환자들 위주로 보고 있고요.

     

    수시로 non COVID 환자들을 맡아 보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제일 먼저 체크할 일이 "내 환자를 다른 부서로 보낼 수 있는가 없는가."입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괜찮다 싶으면 의사 호출해서 "환자 transfer 보낼 수 있느냐." 거의 매일 체크하고요.

     

    괜찮다 싶으면 바로 transfer 보내고 바로 또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야 합니다.

     

     

    데이로 옮기고 첫 한 달은 너무 힘든 환자들만 막 안겨줘서 번 아웃되고, 그래서 몇몇 나이트 차지 널스들(데이 번 assign 짜는 사람들)에게 컴플레인 했고요.

     

     

    지난주는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좀 봐준 건지 그냥 평범한? ICU 환자들 받아 일했습니다.

     

    평범한 환자들인데도 sudden death 터지고.... 바로 옆방에서도 sudden death 또 터지고.

     

    도와줄 사람도 없어 혼자 isolation 방에 들어가 ET tube, dialysis cath, Central line, peripheral line, A-line, NG tube.... 다 제거하고 환자를 bag에 넣어야 했습니다.

     

     

    미국 엄마들 게시판에 들어가 간호사들이 남긴 글이며 댓글들 보니 다들 똑같이 그러고 있네요.

     

    그래도 제가 일하는 곳은 다행히 시체 트럭 얘기는 안 들립니다.

     

    남가주 UCLA에 일하는 간호사는 자기네 병원 시체 트럭이 이미 지난달 들어왔다더라고요.

     

    한국에 있는 분들은 이게 뭔가 감이 안 오실 텐데....

     

    병원 사망자 수가 너무 많아져서 시체를 보관할 곳이 없어 병원 밖 임시 장소에 큰 냉동 트럭을 두고 그곳에 시체를 쌓아두는 겁니다. 너무 슬픈 일이죠.ㅜ.ㅠ

     

     

    오늘은 쉬는 날입니다.

     

    오늘부터 3일 쉬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틀 전 일할 때같이 일했던 동료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그 사람과 가까이에 있었냐, 얼마나 길게 같이 있었냐, 너는 안경 쓰고 있었냐, 어떤 마스크 쓰고 있었냐.... 인터뷰하더라고요.

     

    둘 다 고글에 마스크에 대화 시간도 짧고 해서 큰 문제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는 순간에 코비드에 노출되는 것도 정말 순식간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일하는데 남편한테 메시지가 왔어요.

     

    엠마 학교 친구 두 명이 문을 두들기며 엠마랑 같이 놀고 싶다고 왔다네요.

     

    저는 엠마랑 남편에게 분명히 말해뒀어요.

     

    제가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은, 특히 surger가 미친 듯이 벌어지는 11월부터 1월 말까지는 절대! 절대! 누구도 만나면 안 된다고요.

     

     

    다행히 남편이 애들 살살 달래서 돌려보냈고, 엠마도 좀 더 참아야 한다고 달랬다고 그러네요.

     

    아. 이렇게 엠마 친구들이 놀러 와서 불러낼 때마다 No 하는 것도 힘들고, 아이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그럽니다만.

     

    정말 노출되는 건 순식간이라 조심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영국발 변이성 바이러스 얘기도 나오는 요즘이라서요.

     

     

    참, 백신 이야기.

     

    제가 일하는 곳은 ICU, ER 스태프들 포함 의사들에게 일차적으로 백신을 주었고요.

     

    그제부터는 병원 전 직원들에게 백신을 주고 있습니다.

     

     

    Mandatory는 아니고 맞고 싶은 사람들만 일단 맞고 있습니다.

     

    맞고 나서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다음날 팔이 아파서 좀 주물주물 했고요.

     

    그다음 날 되니 언제 아팠냐는 듯 또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습니다.

     

     

    백신 맞은 동료들과 얘기해보니 다들 그렇게 잠깐의 sore만 경험하는 것 같아요.

     

    대신 2차는 좀 세게 반응할 수도 있으니 day off 전날 맞으라고 강조하네요.

     

    그래서 1월 중순에 맞기로 예약된 상태입니다.

     

    둘째가 다니는 데이케어는 계속되는 surge로 2주 문 닫았고요.

     

     

    1월 4일 열 때 가족 모두 코비드 테스트 결과지를 제출해달라 합니다.

     

    그래서 연락받자마자 가족 모두 코비드 테스트 받고 모두 네거티브 나왔어요.

     

    그런 요청받은 가족들은 뭘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 번거롭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곳에서 막상 많은 아이들 돌봐야 하는 선생님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되고요.

     

    사실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어려운 결정이 너무 고맙기만 합니다.

     

     

    벌써 12월 28일입니다.

     

    며칠 뒤면 이 잔인했던 2020년이 끝나고 새해가 시작되네요.

     

    새해엔 부디 이 코비드가 잡히길 바랍니다.

     

    그리고 힘들었던 우리 모두에게 숨 쉴 틈이 생기길 바랍니다.

     

     

    발목이 많이 아픕니다.

     

    코비 드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서 술과 매운 음식으로만 풀어대니 체중만 늡니다.

     

    2년 전쯤 아기를 낳은 간호사가 있는데 왠지 모르게 배가 불러오는 것 같아 "혹시 둘째 가졌나?" 생각만 하고 물어보진 않았어요. 평소 날씬했던 친구예요.

     

    근데 같이 근무하다 갑자기 흥분해서 그럽니다.

     

    "Maria가 나한테 둘째 가졌냐고 묻는 거야. 기가 막혀서!!!! 이거 COVID 배라고! 코비드가 나를 살찌게 한 거야."

     

    안 물어보길 잘했죠? ㅎ

     

     

    얼마 안 남은 2020 마무리 잘하시고 늘 stay safe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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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안녕하세요. 우연히 선생님 글을 보게 되어 처음부터 읽어보는 중인 SN입니다. 특히 요즘 병원에서도, 일상 생활 중에도 많이 힘드실 것 같아요. 부디 화이팅하시고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21.01.10 19:3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