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ndy's Nursing Diary
Simply Amaz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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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일이 바빴다 안 바빴다 합니다.
환자가 일단 많지 않은 상태에서 COVID19 환자가 아예 안 보이고 있고요.
제가 어중간한 시니어다 보니 갑자기 중환자를 맡았다가 일하는 중간에 환자를 다른 간호사에게 주고 resource nurse가 되었다가 갑자기 또 응급환자 받고...그렇게 일하다 보니 바빴다 안 바빴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도 마찬가지로...
7시에 한 환자를 맡아 일 시작하다가 11시에 갑자기 응급으로 수술받은 환자가 들어오면서 그 환자를 다른 간호사에게 주고 수술받은 환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받은 건 아니고요.환자가 aortic dissection으로 수술받았는데 일단 상태가 상당히 안 좋은 상태에서 신장이 완전 shut down 되는 바람에 수술 후 우리 중환자실에 실려옴과 동시에 CRRT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간호사 두 명이 봐야 하는 2:1 상태였죠.마침 CRRT 트레이닝을 막 마친 저는 아주 만만한(!) 상대ㅜ.ㅠ
더군다나 마침 일한 차지 널스며 그 환자를 맡을 또 다른 차지 널스급 간호사가 저를 아주 막 가르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그 방에 들어가 CRRT 세팅을 하고 환자를 파악하는데, 아주 대형급 사고를 저질렀죠.
환자가 이미 A line을 두 개 가지고 있었는데 막혔는지 마취의가 환자 올라오자마자 다른 a line을 새로 박았습니다.
제가 그 새로 박은 a line 위에 드레싱을 붙이고 있는데 그 환자 담당이던 A 널스 (우리 병동 왕고참 줌 한 명에 꼬장꼬장 잔소리 마왕으로 모든 young nurse들이 돌아가며 씹어대는 차지 널스 ㅜ.ㅠ) 가 저보고 a line을 제거하랍니다.
그래서 "이걸? 이거 뽑으란 소리야? 막 넣은 거 아냐?" 그랬더니 '그거 not working 하는 거라고 제거하라고' 그러네요.
그래서 제거했더니 Darn it!
그 A 널스는 제가 건드리던 A line 근처의 다른 old a line (not working 하던) 을 뽑으란 소리였는데 제가 새로 박은 걸 건드린 거죠. ㅜ.ㅠ
순간 우리 둘 다 벙.....
그런데도 그 A 간호사 침착하게 "어휴. 어쩔 수 없지. 일단 환자 정리부터 한 후에 ICU 닥터 불러서 다시 박아야지." 하네요.
아놕. 정말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ㅜ.ㅠ
환자 정리한 후에 A 간호사가 "ICU 닥터 지금 콜 해서 A line 박아달라고 해야겠어." 하길래 "내 잘못이니 내가 콜 해서 부탁하겠다....."고 하고는 ICU 닥터에게 전화를 했네요.
시작과 함께 "미안 미안 미안합니다!!!!! 제가 일을 저질렀어요!!!!" 하고는 이실직고하니 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What the!!!!"소리와 함께 한숨소리가.....
이날 정말 재수 없게도 이 ICU 닥터가 처음부터 끝가지 계속 바빴거든요.ㅜ.ㅠ
그런데 막상 도착한 ICU 닥터는 소리 없이 A line 훅 집어넣고는 어쩔 줄 모르는 저를 보며 "괜찮아. Things happen at all times."하며 "노 프라블럼!" 하며 웃고 가버립니다.
A line 집어넣자마자 저는 CRRT 돌리고요.돌리는 중간중간 혈압이 왔다 갔다....
환자는 엄청 차갑고....
pressors를 올렸다 줄였다....
한 5시간을 계속 종종걸음으로 걸으며 일을 하는데 정말 죽겠더라고요.
20~30대 초반이나 그렇게 일하지 40 훨씬 넘어 그러고 일하려니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대박 일을 저지른 후에 막 죽을랑 말랑 한 환자를 보는 데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도 힘들고..
그런데다 트레이닝 받자마자 처음 받은 환자다 보니 아직 기계가 익숙하지 않아 헤매는데, 저와 친하게 지내는 천사 B 널스가 틈날 때마다 방에 들어와 CRRT 체크를 도와줍니다.
자기 환자도 있을 텐데 계속 들어와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고 궁금한 거 있으면 도와주는 모습에완전 감동받았네요. ㅜ.ㅠ
그러다 새벽 다섯시에 환자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눈을 뜨고요.
손가락 두 개 펴보라는 말에 두 개를 슬그머니 펴네요.
정말 힘들었던 순간은 다 잊은 체 A 간호사가 "I am soooooo glad you woke up." 합니다.
아직 pressor들이 들어가곤 있어도 바이탈도 한결 나아졌고요.
순간 '아. 이 간호사들 정말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저는 하도 흔하디흔한 medical ICU 환자들만 보다 보니 aortic dissectio case며 open heart 환자들이 그냥 쳐다만 봐도 부담이거든요.ㅜ.ㅠ
이런 저와 같이 일하는 게 risky 하고 부담일 텐데도 불구하고 옆에서 '잘한다 잘한다.... 이제 너도 Heart nurse 되어야지....' 하면서 기꺼이 가르쳐주고 도와주는 모습에, 그리고 환자 깨어나는 모습에 너무도 기뻐하고 감사해하는 모습 보며 엄청 감동받았습니다.
근데 솔직히 그녀들처럼 잘할 자신이 아직도 없네요. ㅎㅎ
집에 와서 한 이틀간은 다리가 후들거려 못 일어났고요.
좀비처럼 소파에 누워 남편이 주는 음식만 받아먹다가 이제 겨우 일어나 정신 차리고 청소도 하고 애들도 챙기고.... 글도 써봅니다.
오늘로 또 한 주가 시작되네요.
이곳은 George Floyd의 죽음 이후로 여기저기 폭동에 가까운 protest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protest를 핑계로 도둑놈들이 남의 상가 깨고 부수고 불지르고 도둑질하고 있는 상황이죠.
인종차별에 대한 반항이자 항의인데 이런 행위로 인해 인종차별의 골이 더 깊어지는 느낌입니다.
그 와중에 피해를 보는 제3자들이 또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미국에 계신 분들은 안전에 주의하시기 바라고,이번 protest 이후로 또 퍼질지 모를 COVID19에 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 안정되기까지 갈 길이 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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