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ndy's Nursing Diary
  • Make Changes

  • 2019-06-06

     

     

    출산 전후로 합병증이 생겨 가끔 ICU로 들어오는 산부인과 환자들이 있는데요.

    그중의 한 명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궁 내 출혈로 인해 이미 많이 큰 아기를 수술해서 유산하고, 그리고도 출혈이 잡히질 않아 불안해하고, 계속 수혈받고....

    그러다 안정되어 ICU를 나간 환자입니다.

    어느 날 제가 break nurse로 다른 간호사들을 도와주고 있던 중 그 환자 방에서 콜라잇이 울렸습니다.

    담당 간호사가 방에 들어가니 컴플레인이 마구 쏟아졌죠.

    도대체 의사는 뭐 하느라 나타나질 않느냐, 왜 내 상태는 나아지질 않는 거냐, 속 시원한 대답이 없다. 

    지금 당장 의사한테 전화해라..... 아주 격앙된 모습이었습니다.

    순간 "아이쿠. 잘못 걸렸다." 싶었죠. 

    마침 아침 인계 시간에 가까웠는지라 저는 그 담당간호사에게 설명하게 내버려 두고그 방에서 나와 퇴근을 했습니다.(break nurse여서 제가 인계 줘야 할 게 없으니 도와주는 일이 끝나면 남들 인계 주고받을 때 저는 집에 바로 가도 되거든요.)

     

     

    그런데 다음날 출근을 하니.... 뚜둥. 그 환자 assign이 저에게 떨어진 겁니다.

    "아이쿠. 잘못 걸렸다."

    ㅜ_ㅜ인계 시작부터 콜라잇은 울려대고 방에 바로 들어가니아프네 또 출혈되는 것 같네 울고불고 난리입니다.

    이미 예상했던 바..... '오늘 밤 나는 죽었구나. 너를 위해 이 한 몸 희생하마.' 하는 마음으로의자에 앉아 손잡고 눈 마주치고 당신의 concern 다 얘기해보시오.... 하고 들어주었습니다.

    다행히 맡은 다른 vent 환자 조용히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단 지금 아프군요.

    내가 줄 수 있는 약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거고, 다른 하나는 저거고....

    그런데 이건 좀 약하지만 부작용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다른 하나는 세지만 narcotic 성분 땜에 변비가 생길 수 있고....

    그런데 당신이 너무 아프면 나는 narcotic pain 약을 줘서라도 일단 pain부터 가라앉히고 싶은데선택은 당신이 하십시오.

    변비가 생기면 그때 변비약을 추가로 먹어도 되는 일이니 지금부터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고 따뜻한 blanket 을 배에 두면 가끔 cramps에 도움이 되니warm blanket도 한번 해봅시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봅시다. 

    내 오늘 밤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어요..... 완전 저자세로.... babysit 하는 마음으로 그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환자가 그날 밤 화장실을 여섯 번 갔는데 갈 때마다 warm blanket으로 어깨 등 덮어주고 라인 밟지 않게 잡아주고 fall out 하지 않게 봐주고, 침대에 올라가면 시트로 다 덮어주고.... 매번 "is everything okay now?" 하고 물어봐 주고.... 물병에 물 마르지 않게 몇 번을 새 물로 갈아주고 얼음 채워주고.... 그날 밤 이 환자를 위해 쓴 warm blanket만 10개가 넘는 것 같아요. 

     

     

    그렇게 12시간 지나고 나니 아주 죽겠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3일 나이트 중 마지막 날이어서 할 만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 주가 되어 돌아오니 이메일로 Thank you card가 와있습니다.

    제가 일한 다음날 데이 근무자로부터 온 card였는데, 제가 간 후 그 환자와 보호자가 간호사 통해 보내온 thank you card였네요.

    아기도 잃고, 출혈로 생명의 위협도 받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의사보다도 저에게 더 큰 도움을 받았다고 너무너무 고마웠다고 합니다.

    아. 잘못 걸렸다.... 로 시작해 마음 비우고 간호했던 그날이 그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었던 거죠.

     

     

    또 생각나는 다른 보호자가 있습니다.

    남편이 오랜 질병으로 total care 환자가 되어 침상 생활만 몇십 년을 한 상태.

    하지만 와이프와 딸들이 정말 잘 care 해서 합병증이 없는 그런 환자였는데요. (그런 total care 환자가 몇십 년 욕창 한번 없이 깨끗하게 입원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어요.)

    아마도 severe sepsis 환자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bladder function이 아예 없다시피 해서 와이프가 6시간마다 straight cath를 해야 했습니다.

    근데 이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간호사 세 명이 foley를 꽂다가 bleeding을 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도 감염이 되었고, 합병증도 좀 있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간호사들에 대해 상당한 의심병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와이프가 법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이기까지 했죠. (간호사로 일하면서 제일 부담스러운 환자들이 의사, 간호사, 변호사 또는 그 가족들입니다.)

    간호사가 뭘 하던 꼬치꼬치 캐묻고.... "그건 뭐 하는 거냐, 부작용은 뭐냐, 얼마나 자주 주는 거냐. 나 그 약은 싫다. 주지 말아라. 저 약은 저길 통해서만 줘라..." 정말 하나하나 OCD 환자처럼 지시를 해댔고, 싫어하는 간호사는 바로 fire 했습니다.

    그래서 이미 몇몇 간호사들은 그 방에 못 들어갔고요.

    나머지 간호사들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들어가길 주저하는 상황. 결국 모든 간호사들이 하룻밤씩 돌아가며 맡고 있었어요.

    그러다 제가 그 환자를 맡게 된 거죠.

     

     

    간호사들을 믿지 못해 와이프와 딸들이 돌아가며 잠도 안 자고 옆에서 직접 care를 해서인지 다들 피곤에 전 얼굴들. 눈들이 다 시뻘겋습니다.

    인계받고 들어가니 와이프가 그 뻘건 눈으로 쳐다보며 저를 test 합니다.

    제가 얼마나 남편 상태에 대해 알고 있는지, 약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보는 거죠.

    한눈에 보기에도 와이프와 딸들이 너무 지쳐 보여 "오늘 밤은 내가 suction도 하고 straight cath도 할 테니 모두 집에 가서 자는 게 어떻겠냐." 했습니다.

    일단 가족들 모두를 집에 보내고 싶더라고요. ㅜ.ㅠ 

    그랬더니 그럼 제가 얼마나 suction을 잘 하는지, straight cath를 할 줄 아는지 봐야겠답니다.

    그래서 제가 "나는 이렇게 suction을 하고 (그 환자가 특수 기계를 이용해 suction을 했거든요.) 내가 한국에서 urology 간호사여서 neurogenic bladder 환자 정말 많이 봤다." 설명하면서 그 앞에서 straight cath도 시범 보였습니다.

    다른 간호사들은 cath가 잘 안 들어가서 bleeding 되었다고들 하던데 저는 운이 좋았는지 한 번에 쑥 잘 들어갔어요. ㅜ.ㅠ 휴우....

    그러고 나니 와이프가 "나는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는데 네가 내가 하는 식으로 좀 더 해주었으면 좋겠어." 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 하고 다시 그 와이프가 원하는 식으로 시범을 보이고 나니 그제서야 딸과 와이프가 손잡고 집에 갑니다. 

    물론 여섯 시간 만에 다시 나타나 "지난 여섯 시간 동안 어땠냐, 소변 색과 양은 어땠냐, 석션 frequency, 양...."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예상했던 바라 설명 다 해주니 그제서야 만족한 표정. 덕분에 몇 시간 잤다고 고맙다고 그러네요.

    그리곤 그 보호자가 저를 원해서 ㅜ.ㅠ 그다음 날도 그 환자를 맡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은 아예 이른 시간에 저에게 "몇 시 몇 시에 straight cath 해주면 돼요." 하고는 일찍 집으로 퇴근해주십니다.

    아침 출근도 인계 시간 다 지나 하고요. 

    덕분에 저는 그 예민한 보호자들 없이 좀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고요. (물론 밤새  30분마다 특수기계 이용해서 suction해야 해서 바쁘긴 했지만요.)

    보호자들도 덜 피곤한 얼굴로 나타나니 보기 좋더라고요.

     

     

    가끔 우리가 일터에서 겪는 감정 소모 글들, 진상 환자, 보호자들 글들을 보게 되는데요.

    정말 솔직히.... 완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론 내가 그 사람들을 위해 뭔가 변화를 만들어줄 순 없을까란 생각도 해보아요.

    마치 위의 두 사람처럼 말입니다.

    물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환자, 보호자들이 있지만, 이전의 안 좋은 경험들로 인해 생긴 의료진에 대한 불만, 불신들을 한편으론 끌어안아주고 토닥여줄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되면 어쩔 수 없고요.

    그 과정에서 내가 너무 힘들고 지치면 거기서 그만두면 됩니다.

    주임간호사에게 "one day is enough. I don't want to keep him/her when I come back." 하면 그 다음날 바로 다른 환자 assign을 주거든요. 

    미국에서 일하면서 좋은 점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

     

     

    최근에 올라오는 고충 관련 글들 보다 보니 문득 두 환자가 생각나서 이 밤중에 긴 글 적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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