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숙의 NP일기
  • 내가 미국에 온 이유 그리고 나의 영어 공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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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미국에 온 이유 그리고 나의 영어 공부 방법

     

     

     

    사람들은 가끔 내게 묻는다. 왜 미국에 왔느냐고.

     

    내가 미국에 온 첫 번째 이유는 영어를 유창하게 해 보고 싶어서였다. 나는 학생 때부터 영어 공부하기를 좋아했고, 영어는 항상 점수가 잘 나왔다. 영어 공부를 제일 많이 했으니까. 내가 지금의 가천길대학 간호학과 전신인 경기간호전문학교에 입학했을 때, 전공 과목 교과서를 영어와 한국어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는데 영어가 좋은 나는 당연히 영어 원서를 사고 싶었다. 그러나 백과사전 두께의 전공 서적들을 보니 주눅이 들어 잠시 망설였다.

     

    ‘영어 원서를 내가 잘 읽을 수 있을까? 이해를 못하면 어떻게 하지?’

     

    망설이다가 일제강점기 시절 태어나셔서 학교 근처에도 못 가보셨던 아버지가 내가 영어 원서로 학교 공부를 한다고 들고 다니면 얼마나 뿌듯해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자, 과감하게 영어 원서 교과서를 구입하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당신의 그럭저럭한 막내딸을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줄로 크게 착각하시고는 늘 내 자랑을 하고 다니시는 분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원서를 읽어야 했는데,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며 책을 읽으려니 한 페이지 읽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꾹 참고 계속 읽었더니 점점 속도가 빨라졌고, 2학년이 되니 한 페이지 읽는 데 5분으로 단축되었다. 그때의 기분은 정말 하늘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았다. 책에 나오는 대로 간호학을 실천해 보려면 미국에 가야겠다는 생각도 그때부터 하게 되었다.

     

    하루는 원서를 읽으며 공부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나를 한참 바라보시더니 싱글벙글하시며 물으셨다.“얘, 너 그 꼬부랑 글씨 읽으면 다 이해하니?”나는 지체 없이 대답했다.“응, 아버지. 다 알아요. 이 책을 못 읽으면 학교 공부를 못 따라가요.”

     

    그러자 몹시 흐뭇해하시며 그 당시 거금이었던 만 원을 용돈으로 주셨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아버지지만, 내가 영어 원서로 공부하며 아버지를 크게 기쁘게 해 드렸다는 기억은 지금도 내 추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 있다.

     

    책을 좋아했던 나는 친구들과의 만남 장소를 항상 서점으로 정했다. 일찍 가서 친구를 기다리며 책을 읽던 그 시간이 얼마나 좋았는지, 그 시절의 설렘과 기쁨은 지금도 나를 미소 짓게 한다. 그때 서점에는 읽고 싶은 원서가 참 많았다. 그 책들을 영어로 읽고 이해하려면 영어를 잘해야겠다고, 간호학을 공부하기 훨씬 이전부터 굳게 결심했다.

     

    두 번째 이유는 내가 자란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육이오 전쟁이 끝난 후 몇 년 지나 태어난 나는 어릴 때부터 미국이 한국을 많이 도와준 고마운 나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다. 미국에서 만든 물건들은 어린 내 눈에도 훨씬 좋아 보였다. ‘미국은 물건도 참 잘 만드는 나라구나. 내가 크면 어떤 나라인지 꼭 가 봐야지.’ 그렇게 생각하곤 했다.

     

    그 당시 주부들 사이에서는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미제 물건’을 파는 장사 아줌마들이 인기가 있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 우리 엄마도 가끔 사셨지만, 초등학생이던 나조차도 바가지를 씌워 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나중에 어른이 되어 미국에 가면 reasonable price로 물건을 사서 엄마에게 드리겠다고 마음먹었다.

     

    세 번째 이유는 디즈니랜드였다. 나는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지금도 무척 좋아한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텔레비전이 귀하던 때 TV에서 디즈니랜드를 보여주었는데, 커피잔 모양의 놀이기구에 또래의 아이들이 앉아 빙글빙글 돌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좋아 보였던지, 그 아이들은 마치 다른 세상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저걸 꼭 타 보고 싶은데, 어떻게 타지?’

     

    한참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 간단하다. 내가 미국에 가면 되지.’ 그때 나는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혼자 웃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게는 아주 큰 사건이었다.

     

    그리고 1986년 3월 10일, LA에 도착한 나는 친구 이모 댁에 갔다가 다음 날 디즈니랜드로 갔다. 그토록 타고 싶었던 놀이기구를 찾아 마침내 탔다. 속으로 소리쳤다.‘나 봐라, 나 이거 탔다. 내가 미국 와서 이거 탄다고 했잖아. 지금 탔어!’

     

    지금 내 또래들은 놀이기구를 타면 어지럽고 무섭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증상이 전혀 없다. 시간만 나면 혼자 가서 지금도 놀이기구를 즐긴다. 나는 이런 것도 타 보려고 미국에 왔으니까.

     

    내가 컬럼비아에서 근무할 때, 한국에서 연수를 온 간호학생들에게 병원 투어를 자주 시켜주었다. 그때마다 꼭 나오는 질문이 있었다.“영어 공부를 어떻게 하셨어요?”

     

    정답은 없지만, 나는 영어를 좋아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아하면 자꾸 접하게 되고, 그것이 쌓여 실력이 는다고 믿는다. 나는 영어가 좋았기에 영어가 보이면 언제나 읽었다.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출근해서 동료 의사, 간호사, 병동 서기에게 물어보았다. 출근만 하면 모두가 내 영어 선생님이었다.

     

    요즘은 ChatGPT처럼 물어보면 바로 설명해 주는 도구도 있으니, 열정과 성의만 있다면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민 초기에는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부터 읽으면서 독해력을 기르고, 점차 중학생 수준으로 높여 가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것이 정석인 것 같다.

     

    나는 뉴욕타임스 주말판을 구독해 읽었다. 속도는 느렸지만, 이후 학교 공부를 시작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BSN 과정을 위해 Bloomfield College 입학시험을 봤을 때, 영어와 수학 두 과목을 쳤다. 거의 30명의 한국 간호사가 함께 시험을 보았다. TOEIC 시험에서는 거의 만점이 나와 스스로 영어에 자신이 있었는데, 이 학교 영어 시험은 내가 평생 본 시험 중 가장 어려웠다. 시험을 보며 ‘60점이나 맞으려나’ 걱정했고, 늘 시간이 남아서 문제를 검토해 보는 여유가 있었던 나였지만, 그 날은 5분이 남았다는 감독관의 멘트가 나올 때까지 문제를 다 풀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최고 점수인 86점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이 정도면 장학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30여 명 중 ESL 반을 거치지 않고 바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네 명뿐이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자존심이 상해 돌아가 버렸고, 결국 네 명 중 세 명만 BSN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어로 공부하는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며 숙제와 논문을 영어로 쓰다 보니, 읽고 쓰는 과정 속에서 내 영어 실력은 그야말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재작년에는 나의 이민 역사를 정리해 『Under the NY Sky, 뉴욕 하늘 아래서』라는 제목의 자전적 에세이를 한국어와 영어로 출판했다. 이중 언어로 쓰는 작업은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지금까지 책을 네 번 냈다. 할 때마다 다시는 안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네 번이나 했으니,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는 경험자로서 말할 수 있다. 영어를 정말 잘하고 싶다면 전공 과목을 영어로 공부해 보라고. 꼭 미국에 오지 않더라도 영어로 쓰인 좋은 책들은 무수히 많다. 영어를 잘하는 것은 한평생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능력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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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처음에 미국와사 영어 자막이 나오는 것을 읽으면서 귀로 들으니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한번 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26.04.25 20:59:55
  • 익명

    선생님 너무 멋있으십니다. 항상 영어는 저를 곤란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 언어인데요.. 그래서 멀어지고 싶지만 멀어질 수 없는 언어이기도 합니다ㅠㅠ.. 영어가 부족해서 원하는 업무를 지원하지 못할 때 자괴감이 들곤 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은 경험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6.04.23 18:4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