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숙의 NP일기
  • 속눈썹이 긴 환자와 처방전 보내기

  • 그녀는 작년 가을부터 내가 보기 시작한 85세 된 폐암, 고혈압, 부정맥, 난청이 있는 85 세 환자인데 인조 속눈썹을 얼마나 긴 것을 붙였는지 처음 만났을 때는 가짜 속눈썹 티가 너무 나고 어색해 보였다, 게다가 그녀는 24시간 산소 호흡을 해야 하고 걸을 때마다 숨이 차서 힘들어하는 환자였다.

     

    그래도 예뻐 보이려고 그 길고도 긴 그리고 아주 풍성한 그러나 어색해 보이는 인조 속눈썹 붙이고 있으니 난 그녀를 볼 때마다 안쓰러워 보였다. 저렇게 길고도 풍성한 숱의 속눈썹이 혹시 무겁지 않을까? 나도 한번 병동의 서기가 속눈썹을 붙여 주는데 간호사들은 할인해 준다고 한번 해 보라고 권해서 붙여 봤으나, 안경에 걸리적거려서 “나 안 할래” 하고 금방 떼 버렸던 기억이 있다.

     

    여기서는 아이패드나 컴퓨터를 통해서 환자 약 처방전을 보내는 데 그녀는 갈 때마다 다른 약국 전화번호를 주었고 문제는 그 번호들이 다 약국 번호가 아닌 것이었다. 그 번호들은 보험회사나 다른 곳의 전화번호여서 난 늘 헛수고를 하고 시간 낭비가 많았다. 그녀에게서 번호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약국 번호가 맞는지 확인차 내 아이패드에 넣어 보고 이것 약국 번호 아니라 해도 그녀는 믿지 않았고 환자의 난청 때문에 그녀와의 대화는 너무 힘이 들었다.

     

    그녀가 세 번째 또 다른 번호를 주었을 때 난 더 이상은 try 하지 않겠다고 내가 그날 봐야 하는 환자 스케줄을 보여 주면서 이렇게 많은 환자를 오늘 다 봐야 하는 데 당신 때문에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할 수 없다고, 벌써 몇 번째냐고 잘라서 말을 했다. 그중에 내가 약을 보내면 약을 환자에게 내가 처방한 대로 잘 보내주는 약국이 있었는데 환자는 그 약국에는 절대로 처방을 보내지 말라고 펄쩍 뛰었다.

     

     

    “당신이 준 다른 번호는 다 안되고, 되는 번호는 이것밖에 없는데 왜 못하게 하느냐”

     

     

    따졌더니 내가 그리로 처방을 보내면 자기가 배달료를 내야 한다고 하였다. 도대체 그 배달료가 얼마냐고 물으니 4 달라라고 했다. Oh my GOD, 세상에 단지 본인이 4 달러를 내기 싫다고 날 이렇게 힘들게 하다니! 그놈의 4 달러 내가 내주고 말겠다!

     

    환자의 내 상상을 초월하는 이유에 대해 난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그 약국에 내가 직접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내가 처방전을 보낼 수 있는 약국은 오로지 그 약국 뿐인데 환자가 당신네 약국이 배달료 4달러를 부과해서 그 약국으로 보내지 말라 하는데 정말 배달료를 부과하느냐 물었다. 내가 처방전을 보낸 사람인데 배달료를 부과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그랬더니 배달료는 부과 안 하지만 환자 가 가지고 있는 보험이 약 값을 100 퍼센트 주지 않아서 약간의 환자 부담금이 있다고 했다. 환자한테 너무 시달리는 나는 환자가 꼭 약을 먹어야 하는 데 다른 약국엔 보내지지가 않고 되는 약국은 당신네 약국 뿐이니 내가 그 부담금을 내겠다 약만 환자에게 꼭 배달해달라고 이야기 했더니 알았다고 돈 계산을 해야 하니 좀 있다 다시 통화를 하자 했다.

     

    난 그전에도 환자가 보험이 끊겨서 항생제를 꼭 먹어야 하는 데 약국에서 돈을 내야 약을 줄 수 있다고 내게 연락이 왔다. 어떻게 하나 생각하던 나는 환자에게 절대 내가 내주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하고 내가 수표를 보내 줄 테니 나를 믿고 약을 오늘 꼭 환자에게 보내 달라 하였던 적도 있었다. 신용카드를 주면 간단하겠지만 그랬다간 앞으로 보험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데 계속 내 카드를 쓸지도 모르고 나도 급할 때 한 번은 약 값을 내줄 수도 있지 만 계속 환자 약 값을 대납할 순 없으니까. 약국은 약속대로 약을 보내 주었고 (환자에게 확인함) 나도 약속대로 그날로 집에 와서 수표를 보내주었다.

     

    환자에게는 다시는 환자가 준 번호를 try 해보지 않겠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그래도 마음에 걸려서 매니저 닥터한테 환자가 계속 다른 번호 주면서 날 들볶아서 내가 환자한테 시달려서 못 살겠으니 여기다 한번 해 보라 부탁을 했다. 매니저가 try 해 보더니 약국 번호가 아니라고 환자한테 정확한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라고 했다. 환자가 85세이고 난청이어서 이해시키기가 너무 힘들다고 그렇 지만 알아봐 줘서 고맙다 하였다.

     

    그리고 다시 약국에 전화를 하였더니 약사가 환자 부담금을 알려주지 않으면서 걱정 말라고 자기네 약국에서 그냥 돈을 안 받고 오늘 환자에게 꼭 배달해 주겠다 하였다. 이 약국은 대형 프랜차이즈 약국이 아니고 조그만 개인 약국인데 자기가 주인이니까 이렇게 내 편의를 봐 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약사가 인정도 있고 직업윤리의식도 있는 사람 같았다. 난 대형 프랜차이즈 약국을 아주 싫어한다. 왜냐면 환자 때문에 약사 하고 통화하려면 2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하고 불친절하기 일쑤라서 그렇다.

     

    환자 부담금이 그렇게 클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난 그래도 골치 아픈 일을 하나 덜게 해준 그 약사가 많이 고마워서 고맙다고 몇 번씩 얘기하고 담번에도 이런 상황이면 꼭 내가 환자 부담금을 내겠다고 하였다. 나랑 약사가 계속 환자 약 값을 대납할 수는 없으니 환자에게는 다시 전화를 걸어서 처방을 보내는 번호를 꼭 알아 달라고 다시 부탁을 하였다.

     

    전문 간호사 국가 고시에 이런 항목이 있었다. 환자가 처방약을 살 돈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정답은 “그래도 환자에게 처방전은 준다 “가 정답이었다. 사실 나는 처방전만 약국에 보내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이 할머니 환자 같은 경우는 내가 더 신경을 써드리는 게 도리이겠지.

     

    두 달쯤 전 환자 중 한 명이 고혈압 약이 떨어져서 약을 안 먹은 지 3주나 됐다는 데 혈압이 아주 높았다. 왜 약국에 안 가느냐 했더니 약사가 너무 일러서 지금 약을 refill 해 줄 수가 없다고 못 준다고 했단다. 환자가 먹는 약은 보험이 없이 사면 약간 비싼 약이었고 환자는 약을 살 돈이 없다 했다. 내게는 얼마 안 된다 해도 누구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 

     

    환자가 너무 일찍 refill 하러 온 경우, 약은 그냥 주고 자기가 보험회사에 나중에 클레임을 해서 돈을 좀 늦게 받으면 될 터인데 약사가 너무 융통성도 없고 환자에 대한 마음이 전혀 없는 몰인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몹시 화가 났던 기억이 있다. 다른 약도 아니고 고혈압 약을 그 돈 몇 푼 때문에 환자한테 이렇게 하다니. … 환자는 두통도 있고 어지럽고 또 chest pain도 있다 하여서 겁이 난 나는 환자를 Urgent care로 보냈다. 그곳에서 혈압을 재보고 약이 없어서 3주 이상 못 먹었다 하면 약을 좀 줄 것이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그곳에서 딱 한 알만 약을 줬다 해서 할 수 없이 다른 Urgent care에 또 가라고 했지만 매일 다른 Urgent care에 다니는 환자가 가엾어서 그 동네에서 약국을 하는 약사 친구에게 SOS를 쳤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약사 친구에게 내가 돈을 낼 테니 환자가 가면 약을 좀 주라고 부탁을 해 놓았다. 친구는 환자가 오면 2주치 약을 그냥 주겠다고 걱정 말고 환자를 보내라고 했다.

     

     

    아, 약사 친구 이렇게 아쉬우면 도와 달라 할 수도 있고 참 좋네요.

     

    그런데 두번째 Urgent care 에서는 환자가 딱했는지 약을 일주일 분 받았다 했다.

     

    다행이다 이런 사람들도 있어야 나도 일을 하지……

     

     

    나는 이 일로 환자한테 약을 받았나 못 받았나 계속 확인하느라 전화를 수도 없이 걸면서 애를 태웠고 환자가 다니던 약국에서 드디어 약을 받았다고 했을 때 거의 매일 약이 있느냐고 확인하던 전화를 멈췄다.

     

    이러한 상황들에 접하면 해결될 때까지 스트레스도 많고 귀찮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일도 많은 데 이런 것까지 해결해 줘야 하나 하고 속으로 투덜거라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나의 도움으로 일이 해결되었을 때 맛보는 뿌듯함, 귀찮고 싫은 일이지만 환자를 위해서 내가 이만큼 노력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성취감에는 비교가 안되니 그래도 해 볼만 하지 않은가?

     

     

    너스케입 독자 여러분께

     

    일전에 올린 추천서 써주기의 주인공 A가 뉴욕시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일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고맙다고 잊지 않겠다는 문자와 전화를 5개월쯤 전에 받았습니다. 일전에 통화를 했는데 너무너무 바쁘지만 즐겁고 행복하다고 하네요. 실은 A가 본국에서 내과 수련을 끝내고 전문의 시 험을 보려다 미국에 온 사람이어서 내가 같이 일하면서 많이 배워서 내게도 참 고마운 사람이지요.

     

    정시에 뽑은 것은 아니고 결원이 생겨서 뽑히지 못한 지원자 중에 A 가 뽑힌 것 같습니다. 당신은 총명하고 심성도 고와서 환자에게 정말 좋은 의사가 될 것이라고, 미국에서 꼭 의사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같이 일할 때 늘 격려를 했었는데 참으로 잘된 일입니다.

     

    꽃꽂이 클래스가 작년 가을엔 없었고 올봄에 있어서 일등으로 등록하고 다니면서 또 배웠습니다.

     

    꽃구경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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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출판한 English for Healthcare Professionals 를 구입하기 원하시는 분들은 제게 쪽지를 주시기 바랍니다. 아마존에서 구입하시면 cd 도 없고 완전히 영어판인데다 나완 상관없이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으니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책 구입 방법을 여러분들이 물어서 여기에 댓글로 남깁니다

    23.07.29 00:4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