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숙의 NP일기
  • 신장내과 전문의 정태진 선생님

  • 신장내과 전문의 정태진 선생님은 내가 미국에 와서 처음 만난 신장내과 전문의이신데, 나는 이분의 영향으로 투석실 간호사가 되었다.

     

    그때 당시 우리 그룹은 7명이었는데 정 선생님은 당신의 큰 차로 우리 7명을 다 태우고 다니시면서 차가 없었던 우리들을 위해서 장 보는 것도 도와주시고, 관광 명소도 가끔씩 데려가 주시고... 

    관광지 방문이 끝나면 맛있는 저녁을 사 주시는 것은 기본. 지금 생각해 보니 이민 선배님으로서 갓 이민 와서 모든 것이 어설프고 어려운 우리 그룹을 부모님처럼 부인되시는 마리아님과 함께 살뜰하게 챙겨 주셨다. 게다가 정 선생님께서 의사 시니까  우리가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잘 봐주시고 또 약도 처방해 주셨다.

    선생님 차 옆자리에는 우리들이 부끄럽고 어려워서 아무도 앉으려 하지 않아서 할 수 없이 내가 거의 선생님 옆자리에 앉은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내외과 병동 간호사였던 나는 어차피 미국까지 왔는데 미국에서는 어느 과에 가서 경력을 쌓을까? 아무래도 특수 파트 경력을 쌓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 무슨 과에 근무하면 일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을지 진지하게 여러 날 생각을 하다 선생님께 상의해 보기로 하였다.

     

    나: 선생님, 저 한국에서는 내 외과 간호사였지만 어차피 미국까지 왔으니 이제는 좀 더 색다른 것 특수 파트에서 간호사 해 보고 싶어요. 어떤 과가 좋을까요? 나는 심각하게 물었다. 선생님은 지체 없이 대답해 주셨다.

    정 선생님:  그러시면 신장 전문 간호사가 되면 좋겠군요.  Dialysis 간호사 하세요.

    나 : dialysis   간호사가 되면 어떤 좋은 점이 있나요 ?

    정 선생님: dialysis 간호사가 되면 굉장히 똑똑해져요 .

    나 : ??? 네?

    정선생님:  dialysis nurse 되면 신장뿐 아니라 심장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이 알게 돼요. 일하면서 아주 많이 배울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dialysis 간호사 되면 아주 똑똑해져요.

     

    난 선생님 말씀을 듣고 세상에 그런 좋은 과가 있다니…. 

    일하면서 많이 배우고 똑똑해질 수 있다니….

     

    나는 똑똑한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또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이런 말을 나보다 인생 경험도 많고, 공부도 훨씬 많이 하신 분에게 들으니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나도 똑똑해지자.  Dialysis nurse 가 되는 거야…  나는 굳게 마음을 먹었다.

     

    아, 멋있다 일하면서 배울 수도 있고 또 똑똑해진다니 너무 멋있다 정말. 나는 그날 몹시 흥분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내가 미국에서 뭘 해야 할지 찾았으니까.

     

    그리고 정선생님 말씀을 따라서 컬럼비아 병원 인공 신장실에서 32년을 정말 즐겁게 근무를 하였고 더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내 인생의 멘토가 되어 주신 여러 좋은 분들을 만난 것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 선생님은 당신이 신장내과 전문의시니까 신장내과 간호사가 제일 좋다고 그냥 말씀하신 것일 수도 있는데 세상 물정을 모르는 20대였던 나는 신장내과 간호사가 되기만 하면 똑똑해진다는 그 분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어 버리고 실천에 옮긴 것이었다.

     

    그렇지만 미국 새내기였던 내게 그런 조언을 해 주신 선생님께는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전문 간호사가 되어 의사들이 가는 세미나에 자주 가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의사마다 자기가 프랙티스 하는 과가 의학 중 최고분야라는 환상에 젖어 있어서 모두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빵빵 한다는 것인데 나는 이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일에 자부심이 있으면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게 되니까.

     

    내가 투석실 간호사가 된 후에 내 친구들 6명이 줄줄이 내 말을 듣고 투석실 간호사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정 선생님께 경력 있는 dialysis nurse는 좀 구하기 힘든데 나를 포함해서 7명이 dialysis nurse 되었으니 American Society of Nephology에서 선생님께 감사장을 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그저 웃으셨다.

     

     

    그 시절 에피소드 하나

     

     

    세금 보고 철이 됐는데 본인이 해도 된다고 하지만 난 혹시라도 잘못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회계사한테 맡기고 싶었다.  미국 오기 전부터 미국 국세청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무서운 데라고 소문을 들었으니까 :) :) :)

     

    뭐든지 궁금하면 지금 구글 하듯이 미국 이민 생활 대선배이신 정 선생님께 언제나 조언을 구했는데 선생님께서 선생님 환자 중에 회계사가 있다고  서류를 달라고 하셨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다음번에 만날 때 서류를 얼른 드렸다. 드리면서 세금 보고에  필요한 내 정보를 따로 적은 종이 말미에 내 주소를 주고  여기에다 청구서를 보내면 내가 수표를 보내 주겠다고 내 딴에는 친절하게 하였다. 선생님은 내 서류를 금방 다시 가져가 주셔서 난 세금 보고를 끝내고 나니 다른 간호사들은 그때부터 내가 해야 하나? 아니면 회계사한테 가야 하나 고민들을 하는 와중에 나는 아주 홀가분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세금 보고 계산을 해 준 회계사가 아무리 기다려도 청구서를 보내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나는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다.

     

    나 : 선생님, 제 세금 보고 계산해준 회계사가 청구서를 안 보내네요. 어떻게 하지요? 돈을 드려야 할 텐데요. 내가 주소를 드렸는데 왜 안 보내시는지 모르겠어요.

    정 선생님 : 아, 그 주소요 내가 주소 쓴 부분 잘라내고 줬어요. 그 사람이 청구서 보내지 말라고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나같이 미혼 직장인인 경우 세금보고 하기 아주 간단하기 때문에 그 회계사 수십 년 경력으로 5-10분밖에 안 걸려요. 신경 쓰지 말아요.

    나 : 네에?

     

    나는 선생님 말씀에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재미있기도 해서 “어머나 선생님 그렇게 하시면 어떻게 해요?” 하고 웃었지만 날 어떻게 해서라도 더 도와주고 싶으신 정선생님의 고우신 마음 씀씀이가 절절히 느껴져서 지금까지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정태진 선생님과는 내가 뉴욕으로 이사한 후로도 지금까지 보스턴의 절친 현옥이 집에 갈 때마다 연락을 드리고 만나 뵈면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정태진 선생님, 생각해 보니 제가 결혼할 때도 결혼 선물 제일 먼저 주신 분이네요.

    선생님과의 인연을 언제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Thank you s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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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선생님.
    간호학과 4학년 학생입니다.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글을 너무 인상깊게 읽어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저서인 English for Healthcare Professionals책을 한국에서 구하기가 어려워서 아마존으로 구매하였는데 CD파일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해외 간호사를 준비하고 있어 가능하다면 음성파일을 꼭 구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 하여 최근에 올리신 글에 댓글로 기재하였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 메일은 [email protected] 입니다.
    이렇게라도 선생님께 연락 드릴 수 있어 행복합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23.06.25 12:38:38
  • 아마존에 내 책이 어떻게 들어갔는 지 나도 모릅니다. 원래는 한영 판으로.CD까지 해서 한국에서만 판매 했는 데 나중에 영어판으로만 찍은 것이 내 허락도 없이 팔리고 있다고
    듣기는 했습니다. 다른 것은 잘 따지지만, 수량이 미미하여 그냥 내버려 두었지요. CD 에 관해 이멜을 드렸으니 체크해 보세요. 앞으로 한영판 , CD 포함된 책을 원하시는 분은 쪽지를 주시면 한국에서 구입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내 글에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23.07.01 11: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