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숙의 NP일기
  • 전 직원 바비큐 파티 하던 날 그리고 디렉터 닥터

  •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는 일 년에 두 번씩 전 직원 대상으로 파티를 성대하게 해 준다. 한번은 여름의 바비큐 또 한 번은 직원 사은의 날 (employee appreciation day) 이날은 가족들까지 데려올 수 있어서 수백 명이 모이는 데 두 파티 모두 코로나 때문에 3년이나 열리지 않았다.

     

    바비큐 파티는 뉴욕 시에서 제일 큰 주 공원 (state park)에서 열린다고 3주 전에 이메일을 받았는데 우리 집에서 하도 멀어서 나는 갈까 말까 생각이 많았다. 그러나 가기 전날 우리 과 medical director에 너무 멀어서 갈까 말까 생각 중이라 했더니 중간에서 만나서 같이가자 했지만, 그의 집과 우리 집은 정 반대 방향, 싫다고 다른 사람 찾아 달라고 했더니 그는 자기네 집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내가 기차로 오는 장소가 아주 가깝다고 괜찮다고 같이 가자 하셔서 그러자고 하였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우리 집에서 기차를 타면 20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그도 나처럼 일찍 갔다 일찍 올 생각이라 해서 잘됐다 싶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갔더니 우리가 거의 일등으로 도착하였다.

     

    (바비큐 파티에) 왔다고 등록하고 처음 와 보는 녹음이 짙게 우거진 산책로를 걸으면서 우리는 아이들 얘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그의 가족 이야기를 나눴다. 20여 분간 걷다가 모임 장소로 돌아오니 바비 큐 파티 초대장을 보낸 chief executive medical officer, (간단히 말하면 직원 모두에게 paycheck(월급) 주시는 분, 우리 회사에서 제일 높으신 분)이 오셨기에 나는 디렉터 닥터한테 우리 얼른 가서 얼굴도장 찍고 오자고 하였다.

     

    그리고 마케팅 부서 디렉터와 마주쳤는데 닥터를 보더니

     

    “골칫덩이 직원하고 오셨군요“

    하고 짖은 궂은 농담을 하였다.

     

    나는 그의 농담이 좀 밉게 들려서

    ”무슨 소리예요? Shining star하고 왔지요”

     

    했더니 그는 폭소를 터트리며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여기저기 아는 얼굴과 인사를 하다 “나 화장실에 갔다 온다” 하고 내 가방을 챙기니 디렉터 닥터가 두고 가라 하였다. 그러겠다고 의자에 두고 화장실에서 나와서 멀리서 보니 그는 내 가방을 자기가 들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멀리서 보니 우습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였다. 왜냐면 다른 여자들처럼 나도 가끔 남편에게 내 가방을 좀 들고 있으라고 한 것이 기억이 나서…

     

    서둘러서 자리로 와서 뭐 하러 이걸 들고 있느냐고 얼른 도로 받았다. 그리고 내가 같이 사진을 찍 자고 해서 같이 사진을 찍었고 그와 찍은 사진을 친구 여러 명에게 보냈더니 모두 이구동성으로 의사가 너무 핸섬하다고 너무 착하게 생겼다고 한마디씩 하였다. 직원들은, 다른 사람들이 하고 많이 섞여 있어서, 손목에 파란색 팔찌를 차라고 주었는데 한손으로 하려니까 잘 안되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그는 얼른 자기가 두 손을 사용하여 내 손목에 채워주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언제나 잘해 주려는 사람이니까 이런 행동도 자연스레 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이 디렉터 닥터를 핸섬한 외모보다 훨씬 아름다운 그의 인성 때문에 좋아한다. 가끔 친구들에게 이 의사 자랑을 할 때가 있는데 그를 묘사하는 서두는 항상 같았다.

     

    “나랑 같이 일하는 디렉터 닥터 인성이 정말 갑이야. 착하고 똑똑하고 겸손하고 나 이 사람 좋아해, 모르는 것 물어보기도 편하고. 나보다 10년은 젊을 거야. 그래서 나보다 먼저 그만둘 일도 없어서 너무 좋아. 참 잘 가르쳐줘. 참 고마운 사람이야…”

     

    그가 처음에 부임했을 때, 나는 그가 좀 어렵게 느껴져서 궁금한 게 있어도 별로 뭘 물어보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어느 때부터 이분은 아는 것도 많고 잘 가르쳐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렉터 닥터의 참모습을 확인한 나는 그의 오피스로 가서 당신에게 뭐 물어보러 오는 사람이 나 밖에 없느냐 내가 제일 많이 물어보냐 등등 가르쳐주는 쪽에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잘 가르쳐 주는 데 괜히 내가 설쳐 대고 따지듯이 묻기도 하였다. 그리고는 당신이 나보다 한참 젊으니까 절대로 나보다 먼저 여기를 그만두지 말라고, 내가 나간 다음엔 당신이 다른 데로 가도 내 상관할 바 아니지만 내가 있는 동안 절대 나가지 말라 신신당부하였더니 그는 껄껄 웃으면서 나는 한군데 들어가면 이리저리 옮기는 것 싫어해서 안 나간다고 염려 말라면서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이 분은 내가 자기 오피스에 갔다가 그가 바쁜 것 같아서 내가 그냥 오면 좀 있다 내가 어디 있나 하고 날 찾아와서 자기를 찾았냐고 꼭 물었다. 자기가 디렉터니까 나한테 전화나 문자를 해서 이제 와도 된다고 해도 될 텐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꼭 나를 찾아오고, 덜렁대는 나는 그의 오피스에 들러서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내 물건을 두고 나오는 적도 많았는데 그럴 때면 그 물건까지 들고 날 찾아 다녔다. 항상 바쁘게 일하는데도 내가 일하다 갑자기 물어 볼일이 생기면 전화도 거의 언제나 받아 주어서 급할 때는 그런 것이 정말 고마웠다. 전화를 놓치면 꼭 내게 call back을 해 주었고 모든 사람의 전화를 그렇게 친절하게 잘 받고 잘 가르쳐 준다고 NP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 했다.

     

    내가 그동안 회사 내에서 몇번 다른 과로 옮겨볼까 생각도 해 본 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좋은 보스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나는 마음을 바꿨다. 게다가 그와 같이 다른 병원에서 근무했던 사람을 우연히 누가 만났는데 그렇게 좋은 사람 다시없다고 많이 칭찬했다 해서 역시 느끼는 것은 다 같은가 보다 속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디렉터 닥터는 영어 실력도 뛰어나서 수도 없이 들어오는 그 많은 이 메일을 일일이 확인 못하는 나는 대충 나의 보스들이 보내는 이 메일만 확인하는 데 디렉터 닥터 이 메일은 반드시 꼼꼼하게 읽는다. 왜냐하면 그의 영어가 고상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기에 늘 영어를 좀 더 잘해 보고자 애쓰는 나에게는 그의 영어는 좋은 독해 자료가 되기 그 때문에 공지 사항도 숙지하고 영어 실력도 늘리고 일거양득!

     

    작년 성탄 때, 그는 청소부 아저씨에게 커다란 선물 가방을 드리는 목격한 나는 약간 놀랐다. 그리고 좀 부끄러웠다. 나는 주로 내가 신세를 많이 진 오피스 직원들과 내 보스들에게만 여태 선물을 해 왔고, 그 분들에게는 선물을 드려야지 하고 생각을 거의 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우리가 일하는 오피스를 늘 깨끗하게 청소해 주시는 저런 분들 에도 일 년에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생각했더라도 그런 것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흔치 않을 텐데, 대부분 사람은 생각도 못 하는 부분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아주 배려가 깊은 사람이리라.

     

     

    Dr. Nicolaos Migias. Medical director

     

    난 집에 와서 회장님 Doctor S에 감사의 이메일을 보냈다.

    Dear Doctor S, 직원 모두에게 바비큐 파티를 열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피스 밖에서 캐주얼 웨어를 입은 직원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고 날씨도 너무 화창했습니다.

    그리고 바비큐 아주 맛있어요.

    Doctor S를 비롯해서 이 이벤트를 우리 모두를 위해서 미리 준비해 주신 많은 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당신은 참 마음이 따뜻한 big boss에요.

    Doctor S 에게서 Thank you so much라고 답장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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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22.11.25 22:58:21
  • 익명

    글을 정말 재미있게 잘쓰시네요 ㅋㅋ 다음편이 기다려지네여

    22.11.21 13:4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