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숙의 NP일기
  • 면허가 취소된 신경외과 의사

  • 최근에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보면서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 뉴욕에서 15년여 전 일어난 면허가 취소된 이야기인데 우리 동네에 있는 큰 사립 병원에서 일어난 일. 이 병원은 이쪽에서 제일 크고도 유명한 병원인데 이 의사 이야기가 신문에 실명과 함께 대문짝만하게 실렸고 나는 사안이 사안인지라 아주 꼼꼼하게 읽어서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기억한다.

     

    환자가 머리를 열고 수술을 받을 일이 생겨서 입원하였고 수술 당일 마취과 의사가 전신 마취를 걸어 놓고 집도의를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급하게 연락을 취하였더니 수술 스케줄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환자는 이미 마취시켜 놓았는데 의사가 스케줄을 잊어버리고 나타나지도 않으니 수술실 내에서 모두 얼마나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을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병원에서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빨리 병원으로 와서 수술하라 했더니 난 못 가니까 알아서들 하라고 집도의가 전화를 끊어 버리고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머리를 여는 고난도의 위험 수술을 자기 환자가 아니면 누가 대신 하려고 할까? 결국 환자는 수술받지 못하고 수술실을 나왔다. 수술받으러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의사가 나타나지 않아 수술받지 못하고 나왔으니 병원에서도 가족들에게 사실대로 수술받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의사의 연봉은 그때 당시로 4백만 달러였고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재직하는 병원에 돈을 엄청나게 벌어다 주는 그 병원의 스타와 같이 빛나는 의사셨다고 했다.

     

    병원에 막대한 돈을 가져다주는 그 의사를 병원에서는 이런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그냥 내버려 두었는 ( 돈을 많이 벌어들이니까 가만히 있었겠지) 데 환자의 가족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뉴욕에선 Albany라는 도시에서 healthcare professionals뿐만 아니라 무슨 면허 든 지 면허를 다 발급해 주는 곳인데 그곳에다 의사를 고발하였다. 의사 면허를 내주기도 하고 취소시키기도 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그곳에다 고발하였더니 즉각 그 의사의 면허 취소시킨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다른 사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의사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고 또 방약무인한 태도로 일관을 했다는 것이 면허 취소의 사유였다.

     

    난 면허가 취소됐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내 일도 아닌데 괜히 등에 진땀이 흘러내리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동안 연봉을 4백만 달러씩 받았으니 세금을 떼고도 연간 250만 달러는 벌었을 터, 먹고 사는 데 야 지장이 없겠지만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또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쳐서 그 자리에 올랐을 텐데 의사가 크게 잘못하기는 했지만, 미국 법이 참으로 무섭다고 다시 느꼈다. 내가 알기로는 의료인들이 면허 정지가 되면 그것을 다시 복원 하는 것도 변호사한테 거금을 내고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해도 다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지만 취소가 되는 경우는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고 들었다. 신경외과 의사는 여기서도 수련 과정이 길고 힘드니까 대우도 잘해주고 내과 의사처럼 그렇게 쉽게 구하지는 못할 텐데 그런 의사의 면허를 단번에 날려 버리는 미국 클래스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엄하게 다스려서 일부 의료인의 그릇된 의료 행태에서 일반인들을 보호해주려고 하는 것일 테니 나 같은 사람은 고마워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 소식을 듣고 나도 정말 조심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미국에 35년 동안 살면서 느낀 것은 미국 법은 소위 말하는 사회 지도층이 비리에 연관될 때 그 사건을 아주 크게 보도하면서 얼굴도 크게 나온 사진을 싣는 것은 물론, 망신을 주려고 작정한 듯한 기사, 처벌이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서 형량은 언제나 더 무겁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리고 판결 이유에는 사회 지도층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들이 더 그릇되게 행동했다는 것이 판결의 이유라고 적혀 있었다.

     

    한번은 검사가 뇌물로 만 달러를 받은 게 발각이 나서 검사에서 쫓겨나고 교도소까지 간 사건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어쩌자고 그깟 돈 만 달러에 인생을 망쳤습니까? “하고 그의 사진을 보면서 탄식을 한 적도 있다.

     

    지금은 그 의사 이름도 잊었고 가끔은 그때 그 사람이 이렇게 되었다고 몇 년 후에 업데이트 해주기도 하는데 이 의사 소식은 내가 못 들었을 수도 있지만 더 이상 듣지 못했다.

     

    면허가 없으니 다시는 의사로 취직을 못 할 테니 큰 병원 수술실에서 최첨단 의료기구와 많은 의료 전문인에게 둘러싸여 머리를 여는 수술로 많은 생명을 살렸을 그의 재주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한국은 잘 모르겠지만 미국은 의사면허 취소 기사를 심심치 않게 접하는데, 그중에는 한국 의사도 포함된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면허가 취소된 한 한국 의사의 경우 나도 우리 애들을 데리고 몇 번 간 적이 있어서 나중에 그의 소식은 신문을 통해서 이름을 확인한 후에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랐던 적도 있다. 소아과 의사는 아니었고 자기 오피스에 백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뛰어난 미모의 자기 딸 사진을 걸어 놓았던 그 의사에게 ‘ 따님이 엄청난 미인이시군요’ 내가 칭찬하기도 하였다. 그랬더니 그는 아주 좋아하면서 우리 딸 할리우드로 가서 배우를 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었는데 이런 대화를 주고받고 얼마 있다 이 의사 면허가 취소됐으니 할리우드로 가서 유명한 배우가 되고자 했던 그 아름다운 그의 딸의 꿈도 날아가지 않았나 싶다. 그는 정부에서 해주는 보험을 가져오는 환자들을 상대로 보험금을 엄청나게 과다 청구를 해서 돈을 받은 혐의라고 했다.

     

    친구 중 한 명은 교도소에서 Physician assistant를 하는 데 죄수 중에 이렇게 정부 보험, 메디 케이드, 메디케어를 상대로 허위 청구로 돈을 받아내서 수감 중인 죄수가 종종 있다고 했다.

     

    의사가 되었으면 그렇게 안 해도 살 만할 텐데 왜 들 그러는지……….

     

    다음은 내가 본인에게 직접 들은 얘기. 뇌종양 수술을 해야 하는 데 그녀는 20대 초반의 한국 여성, 컬럼비아 병원에 와서 진찰받았더니 수술하면 살 수 있다고 수술을 해 주겠다고 했단다. 단, 조건이 있었다. 수술비 15만 달러를 먼저 병원에 지불하라고 해서 ( 병원비를 하도 떼먹고 병 고치고 난 후에는 배 째라 는 식으로 나오니까, 또 한국은 잘사는 나라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렇게 요구한 것 같았다. 내 생각이지만) 한국의 부모님이 집을 팔아서 그 돈을 보내주셨다고 했다. 그녀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내가 만났을 때는 대학에 다니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15만 달러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젊은 나이의 그녀를 멀쩡하게 고쳐 놨고 돈은 앞으로 평생 벌 테니까 그만큼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난 그녀가 내가 다니는 병원에 그만큼 돈을 지불했다는 사실에 괜히 그녀에게 미안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컬럼비아에서 잘 고쳐 줬으니 잘 지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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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주는 아니고요, 어떤 주지사가 자기엄마네집 마당의 나무를 옮겨심고 잔디를 깍는 일을 주정부 소속 정원사한테 몰래 시켰다가 발각이돼서 주지사 자리에서 해고 됐어요. 임기가 끝날 무렵이어서 임기후에는 대학 교수로 가기로 되어있었는 데 해고된 후 그 대학에서 임용취소 됐어요, 신문에 얼굴이 크게 실리는 것은 기본, 강아지 망신 당하고 주지시가 퇴임하고 받는 여러특혜에서 모두 제외, 이 기사도 신문에서 읽었는 데 그때 영어 독해 공부 하느라고 열심히 뉴욕 타임즈를 읽던 때여서 이것도 clear 하게 생각나네요.

    22.08.19 06:48:51
  • 이 분은 실력과 명성에 비해 그것을 더 빛내줄 겸손함이 결여 되어 있던 것 같아요. 병원에서 빨리와서 수술하라 했을때 서둘러와서 수술만 했어도 면허가 취소되는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모두들 떠받들어 주면서 별처럼 빛나는 스타 취급을 해 주니 자기가 정말 하늘의 별인줄 알았나봐요. 신문에 Shining star 라고 쓴 표현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neurosurgeon 되려고 무쟈게 고생 했을텐데 ...... 무슨일을 하던 인성이 받쳐 줘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다시한번 일깨워 준 사건이에요

    22.08.10 10: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