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숙의 NP일기
  • 혼자 해 본 외과 인턴 트레이닝 그리고 코로나 백신 접종 이야기

  • 환자가 왔는데 젊은 흑인 여자였다.

    어떻게 왔느냐고 물으니 목뒤를 보라고 하였다.

    그녀의 목 뒤편에는 아기 주먹만 한 혹이 나있었는데 안으로 다 곪은 것 같았고 환자는 너무나 아파서 고개를 움직일 수조차 없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환부를 보는 순간 난 고민을 잠시 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못 한다고 다른데 가 보라 할까? 환자가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데 내가 뭐라도 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손대볼까? 말까?

     

    오래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나는 해보기로 했다.

    한번 해보면 다음에는 더 잘할 테니까.

    환자는 내가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나한테 낫게 해 달라고 왔는데…….

     

    환부가 작지는 않지만 그 근처엔 고름밖엔 없을 테니 일단 마취부터 깊게 해놓았다.

    속으로는 많이 떨리고 무서웠지만 맨날 무섭다고 안 하면 언제 실력이 는담?

    환자 맨날 못한다고 돌려보내는 게 특기라고 소문이라도 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조금 가셔지는 것 같았다.

    “일을 얼마나 죽어라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그런 불명예를 뒤집어쓸 순 없지.”

    나는 다부지게 마음을 먹었다.

     

    환자에게는 마취 후에 조금 기다려야 내가 환부를 치료를 해도 안 아플 테니까 조금 기다리자고 하고 그녀의 긴장도 나의 긴장도 풀 겸 이런저런 다른 소리, 그녀의 가족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런 경우는 일단 고름부터 제거를 해주어야 하니까 10분 넘게 기다렸다가 작은 바늘로 시작하여 조금 큰 바늘로 바꿔가면서 환부를 직접 찔러 고름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녀는 통증은 못 느낀다 했다.

    사실 난 응급실에서 근무한 적도 있지만 이렇게 환부에서 피고름을 짜낸다던가 하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 진저리를 치고 도망가던 사람인데(어떻게 응급실 근무를 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직접 의사가 하던 일을 내가 하고 있으니 스스로가 약간 대견하기도 했지만 겁이 많이 나는 것도 사실.

    서너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20cc 가량의 피고름을 뽑아냈더니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이 들어서 sterile dressing을 apply 하고 나니 환자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아까보다 통증이 엄청 줄어서 살 것 같다고 몹시 좋아하면서 아주 고마워하였다.

     

    이렇게 많이 곪은 상처 치료는 당신이 처음이랍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설마 아직까지 마취 기운이 남아서 안 아프다는 것은 아니겠지?

    내가 고름을 많이 빼냈으니 틀림없이 많이 나아졌을 거야. 난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염증에 쓰이는 항생제와 함께 진통제를 처방해 주면서 괜찮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며 환자를 보냈다.

    환자는 통증이 많이 좋아져서인지 몇 번이나 고맙다고 하면서 나갔다.

     

    이 환자를 볼 때 너무 속으로 무서워해서인지 오후 내내 피곤했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는 뿌듯함에 즐거운 하루였다.

    그리고 3일 후, 환자가 걱정이 돼서 전화를 했더니 하나도 안 아프다면서 나한테 치료받고 다 나았다고 했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 기도가 절로 나왔다.

     

    미국에 처음 와서 이민 오신지 오래된 의사인 분이 같은 병원에 근무하게 된 우리 간호사들을 자주 초대해 주시고 우리가 아프면 진료도 해주셨다.

    두 내외분이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사셨는데 우리는 그분 댁에 가면 하루 종일 엉겨 붙으면서 시시덕대고 놀다가 저녁까지 얻어먹고 오기가 예사였는데 언제나 우리에게 잘해 주셨으니 이미 30년 전 일이지만 참 고마운 분들이다.

    그분이 하루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다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의사들은 환자가 자기한테 진료받고 좀 나아졌다든지 아니면 다 나았다고 좋아하는 그 모습을 볼 때 느끼는 그 희열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의사는 환자 즐거움의 찌꺼기를 먹고사는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에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때는 NP가 돼서 이렇게 내가 진료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때이지만 이제 그분 말씀이 자주 기억 남은 그분과 조금 닮은 위치가 되어서일까?

    가끔씩 시간이 되면 내가 진료했던 환자들에게 MA 들이 urgent care에 다녀간 후에 어떠냐고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하고 그 내용을 내가 읽도록 컴퓨터에 남겨 놓는데, 내게 왔다가고 많이 좋아졌다거나 다 나았다고 거의 모두 적혀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영 돌팔이는 아니구나, 이런 고마울 때가 있나”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이렇게 무섭고 겁나면 안 하면 되는데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는 두려운 마음보다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이겠지………..

     

    간호사 선생님 여러분,

    여러분께 약속드린 대로 유튜브를 얼마 전에 시작했습니다.

    제 맘에는 영 안 들지만 제 맘에 들도록 해서 올리려면 시작을 기약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하다 보면 또 나아질 테니까 일단 시작을 했습니다.

    의학 영어회화 외에도 미국 간호사 이야기, 미국 병원 이야기, NP practice 이야기, 제가 읽고 감명받은 글, 또는 영어실력 전반 향상을 위해서 뉴욕타임즈에서 읽은 것들도 여러분과 함께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유튜브는 편집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거기에 쏟을 시간이 없는 데다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것은 완벽한 유튜버를 기대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일단 시작은 했습니다.

    친구들은 저를 격려하느라고 그러겠지만 많이 나아졌다고들 하네요.

     

    Medical English를 치시고 Kyung Sook Kim, cltlaus 제 비디오가 뜹니다.

    그리고 파란 원 안의 K를 치시면 그동안 올려놓은 비디오가 다 뜹니다.

    순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니까 그냥 보시고 싶은 것 보시면 됩니다.

     

    한국도 곧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네요.

     

    저는 1차 2차 접종 3일 전에 모두 끝냈는데 병원에 근무하는 healthcare professinal들 먼저 맞춰주기 시작해서 병원 근무를 안 하는 저는 3주 정도 늦게 1차 접종 맞았습니다.

    접종 부위가 좀 뻐근하고 아픈 데다 1차 접종 후엔 몸살처럼 아팠고 2차 접종은 팔도 더 많이 아프고 몸도 훨씬 더 많이 힘들었는데, 이건 제 경우이고 아주 아무렇지도 않은 친구들이 대다수였어요.

     

    이런 반응이 있을 때는 진통해열제를 먹으라고 미리 알려줬습니다.

    백신을 맞은 후에는 혹시 모를 심한 부작용에 대비해서 15분간 기다리게 하면서 지켜봅니다.

    병원 근무도 안 하는데 그래도 비교적 일찍 맞은 것이 감사해서 백신을 일찍 받아오신 우리 회사 대표 닥터 샤갈에게 감사의 문자도 한통 보내 드렸습니다.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직원들에 한해서 새벽 6시부터 접종을 해주고 예약은 하지 말고 오라 하기에 기다리기 싫어서 친구하고 꼭두새벽부터 갔더니 디렉터 중 한 명인 닥터 고리스가 우리보다 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친절하게 맞아 주네요.

     

    2차 접종은 접종은 NP가 했는데 회사에서 urgent care에서 일하는 의사를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의사는 컴퓨터에 입력하는 일을 하면서 혹시 모를 부작용 환자를 대비해서 파견을 보낸 것 같았습니다.

    2차 때는 일반인들 중에서 맞을 자격을 갖춘 사람들하고 섞여서 맞았는데 회사 신분증을 보더니 역시 빨리빨리 불러주네요.

    1차 2차 접종은 약 한 달 간격으로 맞고 꼭 같은 회사 백신으로 두 번 맞아야 합니다.

     

    작년 3월 코로나 1차 유행 시 탁월한 리더십으로 미국의 우한이 된 뉴욕에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한 달 반 만에 엄청나게 진정시킨 간호사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마운 Andrew Cuomo 주지사께서 백신 접종 순위를 어기는 곳은 10만 달러를 벌금으로 물린다 엄포를 놓으셔서인지 맞고 싶어서 야단들이지만 그래도 별 잡음은 없이 순서가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가 많이 진정이 돼서 병원에 환자 센서스가 얼마나 줄었는지 출근을 해도 할 일이 많이 없을 때가 많아서 간호사들에게 모처럼의 긴 휴식을 주신 주지사께 많이 감사했습니다.

    아울러 위기 상황에 뛰어나게 대처할 수 있는 주지사를 만나서 이렇게 되었지 생각하니 좋은 지도자를 만나면 밑에 백성들의 민생이 이렇게 편안해지는구나 뼈저리게 느꼈어요.

     

    코로나와는 상관없는 스토리지만 몇 년 전 흉악범으로 분류되어 특별 관리를 받던 죄수들 3명이나 간수들의 도움으로 탈옥하면서 공권력을 조롱하는 듯한 메모까지 남겼던 일이 뉴욕 주에서 있었습니다.

    쿠오모 주지사가 노발대발하면서 메모 주인을 찾아서 반드시 돌려주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결연한 얼굴 표정 지금 아직도 생각나요.

    주지사 명령으로 천명이 넘는 경찰, 군인들이 탈옥수 잡기에 투입되었고 교도소 부근을 3일 동안이잡듯이 뒤져서 모두 3일 만에 다시 붙잡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이분한테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놀랐는데 이번 코로나 팬데믹 때는 제가 직접 탁월한 지도력의 수혜자가 되고 보니 이 분 찍어주길 잘 했다 하고 혼자 웃기도 했어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뉴욕 주에서 백신을 맨 처음 맞은 사람은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였고 간호사들을 우선순위로 맞혀주었는데 한국도 접종이 시작되면 일선에서 애쓰시는 간호사 선생님들 먼저 맞혀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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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와,,., 선생님 정말 멋지십니닷~! 글 잘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21.04.09 21:31:50
  • 얼마전에 샌프란시스코 사는 친구가 저를 보고 하도 열심히 살아서 대리만족이 돼서 좋다고 하는 카톡이 왔습니다, 수년전 부터 배우려고 벼르던 현악기를 새로 시작 했거든요. 좋은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21.03.24 09:47:25
  • 익명

    선생님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미국 간호사 꿈을 꿨었다가, 포기했었는데..ㅎㅎ 대리 만족이라고나 해야할까요 선생님의 글이 저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너무 멋있으세요~^^

    21.03.23 11:16:27
  •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도움됬어요~

    21.02.18 22: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