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일 나의 삶
  • 간호사에서 변호사로의 삶




  •  손명숙 
    변호사 경남 함안 출생 서울대학교 간호학과 ’87학번(’91 졸업) ’91~’93.03 중앙병원 회복실,심장계 중환자실 간호사 ’93 중앙대학교 법대 편입(’95 졸업) ’97 사법고시 1차, ’98 2차 합격 ’99~ 2년간 사법 연수원 수료(’01 졸업) 2001.02~ 변호사로 활동 중

    8월 초, 소나기와 쨍쨍 해찌는 날씨가 10분마다 번갈아 나타나 참 헷갈리게하는 그런 날이었다. 교대역에 위치하고 있는 손명숙씨가 계시는 사무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건물 입구의 간판을 쫓아 다소 좁은 로비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아담한 사무실에서 손명숙씨께서 반겨주셨다. 
    사무실 안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서류 더미들과 여기저기서 계속 걸려오는 전화만 보아도 얼마나 바쁘신지 언뜻 짐작이 되었다. 바쁘신 중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주셔서 약 1시간 가량에 걸쳐 인터뷰를 하였다.

    ​너무 부족하죠. 간호대학 시절 우수한 학생도 아니었어요. 3학년때 과대표하고, 의대와 연합 풍물패 활동을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졸업 후 병원생활을 했지만 임상경험이 있다고 내세울만한 것이 못되요. 중앙병원 간호사로 2년 동안 근무했어요. 처음 1년은 회복실에 있다가 이듬해에 심장계 중환자실에서 근무했어요.

     졸업 후 병원 생활을 하면서 갖게 되었어요. 간호대학 다닐 때 제 주위에 법 공부를 한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땐 전혀 생각도 못했어요. 80년대 후반쯤엔 사회가 시끄러웠잖아요. 오히려 법에 대해서 약간은 적대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지요. 물론 시험제도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바 없었구요.
    졸업 후 병원생활을 하는데 우선 병원생활이 저에게 잘 맞지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그 분야에서 비젼을 찾을 수 없었죠. 직업을 바꾸려고 생각을 해보니 제일 괜찮은 직업이 법 계통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93년도부터 사법고시 시험을 준비했어요. 결심은 금방한 샘이죠. 우선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지, 무엇을 공부 해야할지도 모르고 법대에 가려고 도전했어요. 1993년도 1월, 2월에 급하게 편입을 준비했어요. 법률의 개론서 조차도 읽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법학 과목을 시험보는 대학에는 지원하지 못했고, 중앙대 법대를 지원했어요. 합격하고나서는 법대 생활하는 동안 교수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몇일 전 양호교사 1급 정교사 자격연수 과정에서 3년차 정도 되신 양호 교사들을 대상으로 양호교사와 관련된 법에 대해 강의를 했어요. 주로 응급처치, 안전사고, 투약사고, 예방접종사고 발생시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강의했는데 학교 보건법상 양호교사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어떤 기준이 없더라구요. 
    양호 교사들의 불만족도 많더라구요. 보건교육 수업시간이 법적으로 규정되어있지 않는 등 양호교사의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범위가 차이가 많죠. 심지어는 체육 교사의 결제를 받아야하기도 하구요. 교사들의 교육연수에서도 제외하거나요. 위치가 에매하죠. 일반 교사들과 같이 대우하지 않는거예요. 학교마다 양호교사도 다 있는것도 아니죠. 농촌지역 같은 경우엔 한명이 두 학교를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어 사고나면 책임이 문제가 되지요.
    예전에 환경 무시하다가 늦게서야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듯이 양호교사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데에 비해 너무 홀대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올라갈 수 있는 길도 막혀있구요. 
    또한 간호사는 현재 고용을 전제로하는 직업이죠. 독자적인 활동이 어렵죠. 개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제도적으로 어려워요. 특히 가정간호사의 경우 왜 개업을 못하고 병원에 고용되어야만 할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개업할 수 있는건 조산사밖에 없어요.

     주로 이혼이나 여성 문제에 관한 사건을 많이 다뤄오고 있어요. 지금 제가 있는 사무실에는 8년차된 변호사와 1년차인 저, 이렇게 여자 변호사 두 명이 있어요. 여자 변호사가 아직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으니까 주로 여자 의뢰인이 여자 변호사를 찾아서 와요. 산부인과의 경우 여자가 여의사를 찾아서 가듯이요. 그 밖에는 외부 변호사로서 전화 법률상담도 하고, 몇일 전에는 양호교사를 대상으로 강의를 처음 해봤어요.

     처음에 뭣 모르고 덤빌 때에는 어려운 줄도 몰랐어요. 처음엔 오로지 붙어야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법대에 들어간 첫 해 1년은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땐 한자를 몰라서 책도 못읽었기 때문에 아무튼 고등학교 이후로 가장 열심히 했어요. 
    편입한 다음해인 1994년도에 시험을 치뤘는데 총점이 합격점에서 평균 10점 차이로 떨어졌어요. 너무 실망해서 교수님께 가능성이 있는지 여쭤보러 갔어요. 그런데 의외로 1년 공부해서 그정도 나온거면 잘한거라고 하시면서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죠. 아무튼 저는 '언젠간 붙는다. 붙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공부했어요. 그러다가 '97년에 1차, '98년에 2차 시험에 합격했어요.

     있는 동안에도 사법고시 공부 이상으로 엄청나게 많이 해요. 아침 9시부터 늦으면 오후 5시까지 하루종일 수업해요. 연수원 내에서도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죠. 유급제, 탈락제도 있어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국가에서 뽑는 숫자는 한정되어 있고, 연수원 졸업하자마자 바로 개업하는건 부담이 크고, 처음 출발은 보통 고용 변호사로 들어가는건데 좋은 대형 법률사무소에 들어가려면 나이도 어려야되고, 법원이나 검찰에 들어가는 사람은 약 50명 정도인데 거의 성적순으로 뽑고... 그러니까 성적 경쟁이 말할 수 없이 치열해요. 그러니까 연수생들이 신림동 고시촌에 아예 사는 거예요.
    연수원에 있는 동안 시험을 총 3번 치르는데(첫해에 두번, 이듬해에 한번) 보통이 아니예요.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죠.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서 입원했던 친구도 있었어요. 그래도 다들 스트레스에는 어느정도 강하기 때문에 버텨내죠. 그렇게 '99년부터 연수원과정 2년을 마치고 2001년도에 졸업했어요.


     그 직업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막연하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되죠. 어느 직업이든지 일단 한번 갖게 되면 바꾸기가 어렵잖아요. 밖에서 보는 모습과 실제는 다르기 때문에 실상을 알아야 해요. 장,단점을 모두 알고도 할 수 있겠다, 재미있겠다고 생각이 들면 그 때 도전 해야죠.
    간호사를 하다가 뜻이 있어 다른 일이 하고 싶으면 찾아서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그 과를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그 직업을 가져야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생각해보면 스트레스 없고, 시간, 돈, 여유 등을 모두 갖춘 직업은 없는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본인이 하고싶은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삶이 더욱 의미있고, 보람있잖아요.

     저도 환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는 환상과는 거리가 멀죠. 하지만 고생하고 나면 나중에 꿈꾸던 삶을 살 수도 있죠. 즉 고생한 만큼 얻을 수 있는게 있다는 얘기죠. 변호사도 내부적으로 어려움과 해결 해야할 문제가 있지만, 훨씬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게 현실이죠. 
    장점은 자기가 결정해서 자기가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거죠. 직원 고용 숫자에도 제한이 없어요.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는 것은 없어요. 지시가 아닌 협조는 있을 수 있지만요. 개업을 할 수도 있구요. 또한 사건해결을 하면서 보람도 느낄 수 있어요.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보다 안정될 수 있구요. 공무원이 좋은 이유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국가정책을 결정하고 움직이게 하는 데에는 공무원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까요. 간호사는 그런면에서는 아직 어려움이 있죠. 고용전제 직업이다보니 개업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크게 돈을 벌수도 없구요. 특히 가정 간호사의 경우 왜 개업을 못하고 병원에 고용되어야만 할까하는 생각을 해요. 지금 개업할 수 있는건 조산사 밖에 없죠.
    단점도 있어요. 업무량이 많고 스트레스가 많다는 면에선 단점이 될 수도 있어요. 저는 하루 약 10시간 정도 일해요. 적정 근무시간이 일정한 다른 직장보다는 좋지 않은 점이죠. 가정생활 꾸리기도 힘들구요. 남자 변호 사들이나 큰 법률회사에 들어간 경우에는 더 많이 일해요. 게다가 대행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 직접 해야해요. 법정에서도 대리인 출석이 안되므로 오랫동안 기다려서 직접 출석해야 하구요. 사건이 큰 것이면 돈이 많이 벌리겠지만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죠. 

    그리고 변호사도 간호사 못지않게 스트레스가 엄청 많아요. 의뢰인과의 관계를 비롯한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많죠. 사람 만나는 직업이 어려운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업무상 스트레스, 사건 해결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있죠.
    수입도 소문으로만 알면 안되요. 수입만큼 지출도 고려해야죠. 변호사는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합격하기까지는 거의 빚쟁이 생활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거든요. 대부분이 자기돈이 아니라 빌린 돈으로 생활하니까요. 연수원 월급도 아주 적고 나가는 돈은 많고 그러니 다들 대출에 마이너스죠. 물론 변호사로 활동하면서는 경제적으로 보다 안정될 수 있지만요.
    변호사는 아직까지 '전문'이라는 말을 쓸 수가 없어요. '주요업무'라는 것은 있어도 말이죠. 특정 분야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건을 맡아야 해요. 특정분야에 대한 자격이나 연수도 없기 때문에 전문이라고 표기하는 것도 어패가 있구요. 하지만 앞으로는 전문화되어야 해요. 한해에 700~800명의 인력이 나오고 점점 더 늘어나니 전문화될 수 밖에 없죠. 또 이쪽도 사무실 이동,변동이 심하답니다.
    이런 장,단점을 충분히 알고난 후에 선택이 되면 합격 노하우를 찾으면 되요. 지금은 고시촌이 있으니까 쉽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죠. 저는 그런 정보도 하나도 모르고 했어요. 시험 과목도 모르고, 무슨 책을 사야하는지 등의 방법도 몰랐었죠. 
    현재로서는 꼭 법대를 편입할 필요는 없어요. 앞으로는 법대 졸업생으로 자격제한 내지는 졸업생 우대를 하게 될 것이나 아직은 제한이 없죠. 
    점차 로스쿨(law school)체제로 들어가겠지만요. 고시학원, 테이프, 고시관련 사이트, 인터넷 고시 모의고사 등 방법은 많아요. 
    그리고, 자기돈이 아닌 몇 년간 끌어다 쓸수 있는 돈도 있어야 해요. 제일 빨리 합격하면 1년이지만 아주 드물죠. 2-3년 안에 붙으면 빨리 붙는거예요. 한 3년 잡고 경제적으로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한해요. 독서실, 식사비, 생활비, 게다가 따로 나가서 사는 경우엔 방값 등 돈이 많이 들어요. 돈 말고도 건강이 있어야 하죠.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요. 아무튼 고3생활을 다시 한다는 각오로 해야해요. 그렇게 꾸준히 공부해나가면 합격할 수 있어요.

     해야해요. 행정고시를 치뤄서 사회복지 계통에 진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의료소송을 주로 다루는 변호사 사무실에 간호사 출신도 필요하구요. 보험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괜찮겠던데요. 보건의료직 공무원도 좋구요. 공무원은 계속 올라갈 수 있잖아요. 5급이 아니더라도 7급부터 시작해도 좋구요. 대신 공무원은 돈 벌기를 기대하면 안되겠죠.
    그리고 최근 학교에 보건교육을 정규수업시간으로 준다고 할 때 누가 이걸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아요. 간호학과 이외에도 유사학과가 있잖아요. 쉽게 말해서 밥그릇 싸움이죠. 그런데 전 이 밥그릇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밥그릇이 없으면 힘이 없어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가 없잖아요. 우리 자신의 것은 우리가 지켜야죠. 물론 얼토당토 않게 남의 밥그릇을 뺏는 것은 안되지만, 새로 생긴 밥그릇은 내가 가질 수 있잖아요. 간호사들은 이 밥그릇을 차지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이건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다만 판도가 달라질 문제죠. 주인없는 밥그릇이니까. 
    그동안에는 보건의료계가 의사중심으로 돌아갔지만 이젠 간호사들도 제 목소리를 내야해요. 
    그런면에서 남자 간호사들도 많이 활동해야 해요. 뭔가 돌보는 일은 여자가 해야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부족하죠. 간호학과에 남학생들이 많이 들어와야해요. 여자들만 있다보니까 사회적으로 힘이 약한 그룹이라서 간호사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가 더욱 어렵다고 생각해요. 남학생들을 많이 유치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할 일이예요.

     변호사로서 제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영역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사무실은 제 개인 사무실이 아니예요. 전 고용변호사로 있어요. 그래서 제 사건보다는 사무실에 들어오는 사건을 맡게 되죠. 이 점이 다소 불만족스럽지만 그래도 아직 1년차이니까 당분간은 열심히 경력을 쌓아야죠.
    그리고, 부족하지만 간호사로서의 경험이 나름대로의 제 바탕인데, 일반적인 법률 업무 외에 간호사의 권익향상 및 보건의료제도의 개선에도 관심을 갖고 노력할거예요. 간호계에서 저를 필요로 하면 돕고 싶어요. 그리고 제 전공인 환경법에도 관심이 있구요. 
    아무튼 간호계에서 제가 할 일이 있고, 저를 필요로 한다면 열심히 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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